11월 7일

희년과 청빈

   청복(淸福)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가난이 주는 맑은 기쁨이란 뜻이 담겨 있다. 무소유(無所有)의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 또 산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복음적인 삶일 것이다.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현상, 가난한 이들의 생활고는 지금 부유함을 누리고 있는 모든 이에게 연대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적 악순환 …. 이러한 것들은 모두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진지하게 바라보고 개선해 나아가야 할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물질의 부(富)를 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잃어가고 있던 심리적, 영적 풍요로움을 다시 채우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부작용들은 우리가 가난의 영적 보화를 깨닫지 못하고, 가난의 기쁨을 누릴 줄모르는 데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이 한 천년기의 막바지에, 또 기쁨과 은총의 대희년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물질문명을 거슬러 가난이 주는 이러한 참된 행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청복을 누리기 위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대희년의 기쁨을 선사하기 위하여, 내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

 

 11월 14일

에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표정

   우리는 지난 몇 주간에 걸쳐 복음 삼덕(정결, 청빈, 순명)의 차원에서 현대 사회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흐름을 살펴보았고, 희년을 맞이하면서 이러한 각 덕목에 따른 우리의 삶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교황께서 "세속주의의 도전"이라고 표현하셨듯이, 이 시대는 참으로 정결한 삶, 단순하고 소박한 삶,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과는 반대의 삶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 거센 조류 앞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거슬러 살아야 하고, 또 세상이 추구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삶과 존재로 증거해야 하는 이중의 의무를 갖는다.
   대희년을 위한 수도자 모임의 후속조치로 나온 [봉헌생활]에서 교황께서는 "그분께 모든 것을 바치십시오. 여러분은 그리스도께 속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신다.
   마지막으로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함과 기쁨의 표징"이 되라 부르심을 받고 있다. 거룩함이란 다른 어떤 것과 구별되어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참으로 하느님께 속해 있을 때, 그리고 그분과 함께 매일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서 천상 기쁨이 번져 나온다. 이러한 거룩함과 기쁨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는 표징이 될 것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희망이시라는 표징이 될 것이다.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

 

 11월 21일

한 목소리로 찬미가를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이 주간으로 1999년도 교회력이 마감되며 대림시기를 맞게 된다. 이 대림 4주간을 지내면 새천년기를 준비하는 대희년의 성문이 활짝 열리는 역사적 순간이 다가온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2000년 대희년을 잘 맞이하기 위해, 외적인 행사치레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내적 변화와 쇄신을 강조하며 노력했다.
   교황께서는 이 2000년 대희년을 "그리스도인 생활의 저 새로운 봄"([제삼천년기],18항)을 여는 때로 생각하시며, 세상과 모든 사람들이 다시금 하느님께 얼굴을 돌리는 때로 삼고 싶어하신다. "때가 차서" 우리에게 오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2000주년에 그분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구원된 기쁨을 다시 한 번 경축하며, 유한한 우리 존재를 무한한 영원의 생명으로 이어주신 성삼위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리 높여 찬미가를 불러드리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가치이며 "인류 역사 전체의 열쇠와 중심 목적"([제삼천년기],59항)이심을 고백하는 때가 되기를 희망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총의 대축제 대희년이 구원의 기쁨을 노래하는 기쁨의 잔치가 되게 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목소리로 예수가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찬미가를 불러야겠다.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