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아래에서도 북한을 도와야 하는 이유

        북한동포돕기와 IMF체제, 그리고 희년

      - 한 달 수입의 0.2%를 북한동포에게로 -

1. (오늘의 위기) 오늘날 남북한 사회는 6 25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남한의 경우에는 1997년 말부터 밀려든 IMF의 구제금융체제 아래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국민 대다수가 경제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실업률은 이미 7%에 달했고, 실업자의 숫자도 150만 명에서 200만 명을 헤아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 노숙자가 증가해 가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실업자가 나올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위기를 극복할 각오와 능력이 있다. 구조 조종의 시련을 통해서 새로운 안정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2. (북한의 현황) 북한의 어려운 상황은 목격자들의 증언이나 여러 관찰 기록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북한에서는 1994년이래 거듭된 냉해와 홍수 등으로 인해서 식량생산체계에 마비현상이 일어났다.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때문에 150만 명 내지는 2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프랑스의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추정했다. 그리고 수많은 어린이와 산모 그리고 노약자들이 고통 중에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당분간 호전되기 어려우며, 북한 형제 가운데 아사자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음울한 소식들을 통해서 북한의 형제들이 우리보다 더욱 심각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3. (경제파탄에 대한 반성) 오늘의 남북한 사회는 6 25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체험하고 있다. 지난날 전쟁과 휴전체제라는 위기는 민족의 분단과 갈등과 경쟁을 심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 우리 민족은 서로 갈등하며 체제 경쟁을 전개해 왔다. 이 경쟁 과정에서 북한 사회에서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통해서 한 때 상당한 성과를 얻기도 했다. 남한의 경우에도 세계가 놀라는 경제 기적이라는 성과를 이룩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성과의 저변에는 자기 소모적 민족대결과 민족상잔과 증오가 깔려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각자가 자랑하던 그 경제 성장 안에 파탄을 자초할 수 있는 씨앗이 이미 움트고 있었다.

 

4. (위기 극복의 자세) 우리는 오늘날 남북한 사회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이 경제파탄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그 깊은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아야 한다. 남북이 겪고 있는 오늘의 위기는 과거의 잘봇과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하라는 시대의 요청인 것이다. 그것은 대결을 협력으로, 증오를 사랑으로, 분단을 통일로, 투쟁을 화해로, 분열을 일치로 바꾸라는 하느님의 책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위기를 허락하실 때에는 새로운 전기로 삼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주신다. 다만, 이 능력은 하느님의 뜻을 겸허히 따르려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선행되어야 한다.

 

5. (우리의 반성) 우리 대부분은 지난날 형제를 외면하면서 분단체제에 안주해 왔다. 어두운 과거와 어려운 이웃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생활에 자족해 왔다. 과거의 불의한 행동까지도 반성 없이 합리화하며, 지나친 자만감에 젖어왔다. 오늘의 이 위기 가운데에서도 이기주의에 젖어 자신만을 생각하고 이웃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형제를 사랑하고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했다.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한 희년의 의미를 망각해 왔다. 나눔을 실천하고 희년을 준비하는 기쁨을 통해서 스스로를 정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우리의 과오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의 앞날에는 희망이 없다. 이 과오의 고백을 통해서 우리는 새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다짐으로 서로의 힘을 모아 화합하여 우리 민족이 당하고 있는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6. (민족화해운동) 오늘의 이 위기는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과 가르침 안에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시련의 기회를 하느님께서는 남북이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다질 수 있는 계기로 우리 민족에게 허락하셨다.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때 우리 겨레는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1995년 이래 전개해온 민족화해운동 내지는 북녘동포돕기운동에 참여해 온 형제 자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의 정성은 북한형제들을 살리는 데에 적지 않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민족화해운동은 여기에서 그칠 수 없다. 이 정신으로 IMF 구제금융체제의 거친 파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7. (민족화해운동의 정의)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민족화해운동은 3 1운동 이후 최대의 민족운동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의 각성에 의해서 전개되는 비정치적인 순수한 민간운동이다. 이 운동은 지난날의 증오와 무관심을 참회하는 참회운동이다. 겨레의 생명을 살리려는 생명운동이며, 우리의 생활을 절제해서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려는 나눔운동이요 절제운동이다. 오늘의 민족화해운동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다지는 화해운동이며 갈라진 민족을 한데 모으려는 일치운동이다. 총과 칼을 갈아 보습으로 만들려는 평화운동이고, 갈라진 민족의 하나됨을 다짐하는 통일운동이다. 또한 이것은 인간이 인간에 대한 정의를 실천하고 우리가 인간임을 스스로 확인하고자 하는 인도주의운동이다. 무엇보다도 민족화해운동은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는 신앙운동이며, 우리 신앙의 숭고함을 고백하는 선교운동이다. 그러므로 이 운동은 언제나 지속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서 우리민족은 그침 없는 생명력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8. (북한동포돕기의 필요성) 오늘날 남한과 북한에서는 각각 150만 명에서 200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와 아사자가 발생했다. 일할 권리를 잃은 남쪽의 형제들과 생명을 잃을 북쪽의 형제들은 모두 우리의 도움을 요구하고 있다. 설령 우리가 일할 권리를 잃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웃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실업의 고통은 극복될 수 있어도, 아사한 사람들은 그 고통을 증언할 기회마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해야 한다면 생명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는 북녘의 형제들을 우리가 먼저 도와야 한다. 고통을 당해본 사람만이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작은 고통은 북녘 형제들이 당하고 있는 더 큰 고통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9. (북한동포를 돕는 의미) 우리는 고통 중에 있는 남북의 형제들과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고통은 나눔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는 북녘의 형제들을 도와야 한다. 이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며, 자랑스런 신앙인이기 때문이다. 북한동포들을 돕는 것은 단순한 자선의 행위가 아니라 사회정의가 요구하는 일이다. 굶주리는 형제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바를 나누는 것은 희년의 문을 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녘형제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면, 우리는 더 이상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인간일 수가 없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며, 가톨릭 신자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것이다. 고통 중에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하고 증거하는 숭고한 일이다. 이는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더욱 그리스도인답게 만들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일일 것이다. 북한동포를 돕는 것은 민족화해운동의 의미를 생각하며 실천하는 일이다.

 

10. (지속적인 북한동포돕기) 이제 우리는 지난 2년간 지속되어 온 "북녘형제와 국수나누기 운동"의 첫 단계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운동을 통해서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형제들을 우리 식탁에 초대하여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은총의 순간들을 우리는 체험해 왔다. 그러나 지금도 북녘의 형제들은 식량난의 힘든 고개를 넘기 위해 마지막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북녘의 형제들을 도와서 그 고개를 함께 넘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2000년 대희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 북녘형제를 돕기 위한 운동을 2년동안 더 연장하고자 한다. 이 운동을 통해서 우리는 희년을 참답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며 성실한 한민족으로 다시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희년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는 IMF의 구제금융체제의 시련 아래에서도 북한형제를 지속적으로 돕고자 한다. 앞으로 2년동안 더 전개될 '북한동포돕기운동'에 대한 더욱 큰 지지와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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