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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제에 즈음하여
인사말
사회 양극화 문제, 보편적 복지 논란, 한미 FTA 논쟁 등 뜨거운 현안들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우리 사회의 여론을 사분오열시킬 때마다
‘어른이 사라진 사회’의 서글픔과 아쉬움을 느낍니다.
청소년 자살이 빈발하고 버려진 독거노인이 급증하는 등 생명 경시,
인간 경시 풍조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며 가슴을 칠 때마다 거부할 수 없는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어조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시던
김수환 추기경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 사회가 적개심으로 서로 등을 돌리며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때마다 말 없는 다수라고 할 만한 이들이 추기경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분의 말씀을 가슴 깊이 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동성을 졸업한 졸업생들, 그러니까 2만8천에 이르는 추기경의 후배들은 ‘나라의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을 동성의 긍지로 여겼으며,
추기경이 동성인의 선배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동성총동창회와 동성문화예술인회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0년 2월,
추기경 선종 1주기에 즈음하여 추모 음악제와 추모 인물화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동성 문화예술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동성 큰형님’의 이미지를 한 곳에 모아 그분의 훌륭한 인품을 기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문화계의 통념으로는 이 경우 다음 추모 행사는 보통 10주기를 기다려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이제 그러한 통념을 넘어서 ‘선종 3주기’에 즈음한 추모 음악제(옹기 장학회를 위한 자선음악회) 와
추모 미술전(그림으로, 마음으로)을 개최하게 된 것은,
갈등으로 사분오열되어 가는 오늘 우리 현실에 ‘서로 사랑 하십시오’라고 거듭거듭 당부하던
추기경의 ‘간절한 마음’을 서둘러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가 어느 누구에게나 도달할 수 없는 ‘신화(神話)’가 되는 것을 결단코 바라지 않습니다.
동성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은, ‘서로 사랑하라’는 추기경의 간절한 당부대로 열과 성을 다하면 추기경의 생애와 같은 훌륭한 삶은
언제 누구에게나 손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추기경이 생전에 끊임없이 시도했던 ‘사랑의 실천’이 더 이상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서 뜨겁게
확대 · 재생산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3주기 추모제를 여는 진정한 의도는 바로 이것입니다. 동성문화예술인들의 노력에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2012. 2.
동성총동창회 회장 정 종 섭 제라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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